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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감각을 기르는 열 번의 수업 · 08 / 10

좋은 회사라는 말 뒤에 붙여야 할 질문

PER·PBR·ROE의 계산과 한계를 읽고, 가정이 달라지면 주식의 평가가 어떻게 바뀌는지 비교합니다.

모퉁이빵집의 빵을 좋아하고, 장부도 읽어보았다. 매출은 꾸준하고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도 이해된다. 그렇다면 얼마를 주고 사도 괜찮을까.

가게를 통째로 인수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답이 쉬워진다. 같은 빵집을 1억 원에 사는 것과 10억 원에 사는 것은 다른 거래다. 오븐도 직원도 손님도 같지만, 투자자가 회수해야 할 금액이 달라진다. 좋은 사업을 찾는 일 다음에는 그 사업에 어떤 가격을 지불하는지 살펴보는 일이 남는다.

이번 강의의 계산은 모두 가상의 모퉁이빵집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 종목의 적정 가격이나 매수 구간을 제시하는 계산은 아니다.

주가 옆에 이익을 놓아보자

앞의 강의에서 빵집은 한 해에 1천만 원의 순이익을 냈다. 모든 이익이 보통주 주주에게 귀속되고, 1만 주가 1년 내내 유지되었다고 단순화하면 주당순이익, EPS는 1천 원이다.

주당순이익 1,000원 = 순이익 10,000,000원 ÷ 주식 10,000주

주가가 1만 원이라면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PER, 주가수익비율은 10배다. 회사 전체로 계산해도 시가총액 1억 원을 순이익 1천만 원으로 나누어 같은 결과가 나온다. 실제 계산에서는 보통주 귀속이익, 가중평균 주식 수, 잠재적인 주식 증가를 반영한 희석 EPS 등을 구분한다.

PER은 시장가격과 이익의 관계를 요약한다. 과거 실적으로 계산한 값과 미래 예상 실적으로 계산한 값은 다르며, 예상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캐나다 퀘벡 금융감독기구 AMF의 주식 평가 비율 안내

이 숫자를 “10년이면 원금을 돌려받는다”라고 읽으면 너무 많은 조건이 사라진다. 이익이 유지되어야 하고, 그 이익을 전부 내가 현금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시간의 가치와 재투자 필요도 생각해야 한다. 실제 주식은 그런 만기 상환 계약이 아니다.

낮은 PER에 숨어 있는 두 이야기

PER이 5배인 회사와 20배인 회사를 보면 5배가 싸 보인다. 정말 시장이 놓친 기회일 수도 있다. 동시에 최근 이익이 일시적으로 높아 보이는 회사일 수도 있다.

원재료를 만드는 기업이 특별한 공급 부족 덕분에 한 해 큰돈을 벌었다고 하자. 시장은 그 이익이 곧 줄어들 것이라 예상해 낮은 가격을 줄 수 있다. 이때 현재의 큰 이익으로 나누면 PER이 낮아진다. 싸 보이는 이유가 분모의 일시적 크기에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이익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는 높은 PER이 붙을 수 있다. 기대가 맞으면 나중의 이익에 비해 지금 가격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기대가 어긋나면 이익 전망과 평가 배수가 함께 낮아질 수도 있다. 높은 배수를 지불할수록 그 기대를 뒷받침할 근거를 더 읽어야 한다.

같은 주가 10,000원주당순이익의 가정계산되는 PER
이익이 줄어든 경우500원20배
기존 수준1,000원10배
이익이 늘어난 경우1,500원약 6.7배

주가를 고정하고 분모만 바꾼 계산이다. 시장이 실제로 같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예측이 아니다.

같은 회사를 두고도 어떤 기간의 이익을 쓰는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적자라면 PER이 음수로 표시되거나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음수 PER을 “더 싸다”는 순서표에 넣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부의 자본과 시장의 가격은 왜 다를까

모퉁이빵집의 연말 자본은 5천만 원이었다. 주식 수가 1만 주라면 주당 장부가치는 5천 원이다. 주가 1만 원을 이것으로 나누면 PBR, 주가순자산비율은 2배다.

장부의 자본은 회계 기준에 따라 측정된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다. 오늘 회사를 모두 팔아 실제 손에 쥘 현금과 같지 않다. 장부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브랜드와 고객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장부에 적힌 자산을 그 가격에 팔지 못할 수도 있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살펴볼 이유는 생긴다. 그러나 자동으로 안전한 할인표가 붙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손실이 계속되면 자본이 줄 수 있고, 회수하기 어려운 자산이 있다면 장부의 숫자를 다시 봐야 한다. 자본이 음수인 기업에서는 이 비율의 일반적인 해석 자체가 어려워진다.

업종 간 비교도 조심해야 한다. 큰 공장과 재고를 가진 회사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는 자산의 성격이 다르다. 같은 배수 하나로 모두를 줄 세우면 서로 다른 사업을 같은 자로 재려는 셈이 된다.

ROE가 높아진 이유도 읽어야 한다

ROE, 자기자본이익률은 자본에 비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는 지표다. 한 해의 이익에는 보통 그 기간의 평균 자본을 대응시킨다. 앞의 빵집은 연초 자본 4천만 원, 연말 5천만 원이므로 단순 평균은 4,500만 원이다.

순이익 1천만 원을 4,500만 원으로 나누면 ROE는 약 22.2%다. 이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서 얻는 확정 수익률이 아니다. 장부상의 자본과 회사가 낸 이익의 관계다.

ROE가 올라가는 이유는 이익이 잘 늘어서일 수도 있지만, 빚을 많이 써서 자본의 상대적 비중이 작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본이 아주 작으면 비율이 크게 튀기도 한다. ROE를 볼 때 차입금과 현금흐름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다. 숫자가 높다는 사실과 사업이 안전하다는 판단 사이에는 아직 읽어야 할 내용이 남아 있다.

가격 하나 대신 세 장면을 놓는다

초보자에게 가치평가는 정확한 숫자 하나를 찾아내는 시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계산에 넣는 미래 이익과 평가 배수부터 불확실하다. 그 불확실성을 숨기지 않고 나란히 놓아보는 연습이 더 유용하다.

가상의 미래 상황주당 이익적용해보는 PER계산되는 가격
손님 감소·기대 약화700원8배5,600원
기존 수준 유지1,000원10배10,000원
확장 성공·기대 개선1,300원12배15,600원

가능성을 비교하는 민감도 표다. 각 상황의 발생 확률, 적정 배수, 실제 매매 가격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가운데 값을 목표주가로 받아들이지 말자. 이 표에서 얻을 것은 “어떤 가정이 바뀌면 결과가 얼마나 바뀌는가”다. 좋은 상황에서만 현재 가격이 설명된다면 실망할 여지가 크다. 어느 정도 나쁜 상황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데 안전마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할인 폭 하나가 손실을 보장해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미래를 판단할 때 먼 훗날의 큰돈은 오늘의 같은 금액보다 다르게 평가된다. 기다려야 하고, 실제로 받을지도 불확실하며, 그동안 다른 선택지도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거나 위험을 더 크게 느끼면 미래 이익에 지불하려는 오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앞서 채권에서 배운 현재가치의 생각이 주식에도 이어진다.

모르는 부분에 빈칸을 남기는 일

좋아하는 회사 하나를 골라 PER, PBR, ROE를 적되 숫자 옆에 기준 기간과 자료의 날짜를 함께 써보자. 다른 사이트의 값과 다르면 어느 쪽이 틀렸다고 단정하기 전에 과거 이익과 예상 이익, 연결과 별도, 주식 수의 기준을 확인한다.

이어서 “이 회사의 이익이 줄어들 상황”을 적는다. 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위험이 없는 회사가 아니라 아직 충분히 읽지 않은 회사일 수 있다. 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모른다면 매수 결정을 미루는 것도 가능한 선택이다.

빵집 앞에 줄이 길다는 사실은 여전히 흥미롭다. 이제는 그 장면 뒤에 질문 하나를 더 붙일 수 있다. 그 기대가 이미 가격에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주가를 바라보는 눈은 그 질문에서 조금 더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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