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에 있는 ‘모퉁이빵집’은 늘 점심 무렵이면 빵이 거의 동난다. 주인은 가게를 넓히고 싶지만 오븐과 보증금에 쓸 돈이 부족하다. 은행에서 빌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사업의 일부를 나누어주고 자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강의부터 등장하는 모퉁이빵집은 가상의 회사다. 실제 상장회사는 훨씬 복잡하지만, 작은 가게의 장부에서 시작하면 주가 화면에 가려져 있던 사업의 모습이 보인다.
사업의 소유권을 작은 단위로 나눈 것이 주식이다. 주식을 산 사람은 그 회사의 주주가 된다. 상품을 좋아하는 고객에서 사업의 결과를 함께 떠안는 소유자로 자리가 바뀌는 셈이다. Investor.gov 주식 안내
주주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매일 받지 않는다
모퉁이빵집의 발행주식이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진 1만 주이고, 내가 100주를 보유한다고 하자. 지분은 1%다. 그렇다고 매일 매출의 1%가 내 계좌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빵을 팔아 받은 돈으로 재료비, 임대료, 직원 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 남은 이익도 전부 나누어주는 것은 아니다. 설비를 바꾸거나 새 가게를 준비하기 위해 회사에 남겨둘 수 있다. 배당을 한다면 그 결정과 주식의 권리 조건에 따라 지급받는다.
보통주에는 의결권이 붙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종류의 주식이 똑같은 권리를 갖지는 않는다. 종류주식, 우선주, 차등의결권 같은 구조가 존재한다. 소유한다는 말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와 주식의 조건에서 확인해야 한다.
회사가 어려워질 때도 소유자의 지위가 드러난다. 채권자는 계약에 따른 상환을 요구하지만, 주주는 남는 가치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청산 과정에서 채무 등을 지급하고 남는 것이 없다면 주주의 투자금은 전부 사라질 수 있다. 평범한 현금 매수와 달리 차입이나 파생상품을 함께 사용하면 위험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내가 주식을 사면 그 돈은 회사에 갈까
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면, 발행 비용 등을 제외한 자금이 회사에 들어간다. 그 돈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증권 앱에서 이미 발행된 주식을 사는 일반적인 거래는 기존 주주와의 거래다. 내가 낸 돈은 주식을 판 상대에게 가며, 회사 통장에 매번 입금되는 것은 아니다.
새 주식 발행
투자자 ── 자금 ──▶ 회사
이미 발행된 주식 거래
매수자 ── 대금 ──▶ 기존 보유자
매수자 ◀─ 주식 ── 기존 보유자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단순화한 그림이다. 중개·결제 과정은 생략했다.
그렇다고 유통시장이 회사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필요할 때 지분을 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처음 자금을 맡길 수 있고,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는 이후 자금 조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내 매수 버튼이 회사에 직접 기부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구분이 필요하다.
1주 가격은 회사 전체의 가격이 아니다
모퉁이빵집 주식이 1만 주이고 1주가 1만 원에 거래된다면 시가총액은 1억 원이다.
시가총액 = 주가 × 발행주식 수
단순 예시에서는 자기주식 등 복잡한 조정을 제외한다.
다른 빵집은 1주가 5천 원이지만 주식 수가 10만 주라고 하자. 시가총액은 5억 원이다. 주당 가격은 더 낮지만 시장이 평가하는 지분 전체의 규모는 더 크다.
| 가상 회사 | 주당 가격 | 주식 수 | 시가총액 |
|---|---|---|---|
| 모퉁이빵집 | 10,000원 | 10,000주 | 1억 원 |
| 강변빵집 | 5,000원 | 100,000주 | 5억 원 |
따라서 5천 원짜리 주식이 1만 원짜리보다 싸다는 말은 투자 가치의 비교로는 부족하다. 무엇을 얼마나 나누어놓은 한 조각인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 가치를 비교하려면 시가총액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지금은 주당 가격과 회사 지분 전체의 가격을 먼저 구별해두자.
주식분할도 같은 맥락이다. 1주를 2주로 나누어 주식 수가 두 배가 되고 이론상 주가가 절반이 되면, 그 순간 지분율이나 지분 전체의 가치는 그대로다. 실제 시장가격은 다른 요인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조각을 나눈 행위만으로 사업이 두 배가 되지는 않는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오늘의 빵 매출만이 아니다
모퉁이빵집이 지난해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주가는 내려갈 수 있다. 투자자들이 훨씬 더 큰 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이미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면, 좋은 실적도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앞으로 벌 돈에 대한 예상, 그 예상의 불확실성,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 매수와 매도의 수요 등이 만나 만들어진다. 오늘 발표된 매출과 주가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가격 변화에 완벽한 이야기를 붙일 필요는 없다. 거래가 적은 날에는 작은 주문도 가격을 움직일 수 있고, 개별 기업과 관계없는 자금 이동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루의 등락을 설명하는 기사는 사후 해석인 경우가 많다. 사업에 대한 판단과 당일 가격의 움직임을 따로 적어보면 생각이 덜 섞인다.
배당과 가격 변화를 함께 계산하자
1만 원에 산 주식이 1년 뒤 1만 500원이 되었고, 그동안 주당 300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고 하자. 세금과 비용, 배당의 재투자를 제외하면 총수익률은 8%다.
(10,500원 − 10,000원 + 300원) ÷ 10,000원 = 8%
주가만 보면 5% 상승이지만 현금 배당까지 포함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반대로 주가가 9천 원으로 떨어졌다면 300원을 배당받아도 총수익률은 −7%다. 배당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손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회사가 배당을 지급하면 회사 밖으로 현금이 나간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그만큼 회사에 남은 가치가 줄어든다. 실제 배당락일 주가는 여러 요인이 겹쳐 움직이지만, 배당을 받는 순간 아무 비용 없이 부가 생기는 구조는 아니다. 배당을 얼마나 주는지와 함께 그 돈을 지속적으로 벌 수 있는지도 봐야 한다.
회사가 새 주식을 발행하면 지분율도 달라질 수 있다. 총 1만 주 가운데 100주를 가진 상태에서 새 주식 2천 주가 발행되고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율은 약 0.83%로 줄어든다. 다만 회사에 새 자금도 들어오므로 지분율 하락이 곧바로 같은 비율의 경제적 손실이라는 뜻은 아니다. 발행 가격과 자금의 사용처가 중요하다.
매수 버튼 앞에서 회사 이름을 가려보면
유명한 브랜드라는 사실은 출발점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상품을 만드는 회사와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주식은 서로 다른 판단을 요구한다. 주식에 대해 말하기 전에 그 회사가 누구에게 무엇을 팔아 돈을 버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자.
이어서 비용이 커질 만한 곳과 사업이 잘되지 않을 조건을 하나씩 적는다. “사람들이 계속 빵을 먹을 테니까”보다 “근처 사무실 손님이 줄어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가 더 구체적인 질문이다. 아직 답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음에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모퉁이빵집은 실제 투자 대상이 아니므로 여기에는 살 주식도 정답 가격도 없다. 다만 다음 강의에서는 이 빵집의 장부를 열어볼 것이다. 손님이 늘었다는 소식이 실제 이익과 현금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