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이 처음 받은 예금 이자는 커피 몇 잔 값이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한참 바라봐도 특별한 감동은 없었다. 돈이 돈을 번다더니,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너무 조용한 결과였다.
이자가 처음부터 생활을 바꿀 만큼 커 보이기는 어렵다. 원금이 작으면 이자도 작다. 그런데 같은 비율이 여러 해 반복되면 계산의 모습이 달라진다. 이번에는 수익률 숫자 옆에 늘 붙어 있지만 자주 지나치는 두 가지, 기간과 계산 기준을 살펴보자.
5%라는 숫자에는 설명이 더 필요하다
100만 원을 1년 동안 빌려주고 5만 원을 받는다면 연 이율은 5%다. 이자는 돈을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게 해준 대가다. 돈을 맡긴 사람에게는 수입이고, 빌린 사람에게는 비용이다.
다만 “5%”만 보고 두 상품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연 기준인지 월 기준인지, 세금을 떼기 전인지 후인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입금한 모든 돈이 같은 기간 동안 이자를 받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매달 10만 원씩 1년 동안 넣는 적금을 떠올려보자. 첫 달에 넣은 돈은 오래 머물지만 마지막 달의 돈은 잠깐 머문다. 총 납입액 120만 원에 연 이율을 그대로 곱하면 실제 이자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정확한 이자는 납입일, 만기일, 상품의 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광고의 큰 숫자보다 약정에 적힌 시간표가 필요하다.
돈을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연 금리가 같더라도 원금을 언제 갚는지, 수수료가 있는지에 따라 총비용이 달라진다. 월 납입액이 작다는 사실만으로 싼 대출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기간을 늘려 매달 부담을 줄이면 전체 이자는 늘어날 수 있다.
이자를 꺼내지 않으면 다음 계산에 들어간다
비교를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100만 원을 연 5%로 운용하고, 세금과 수수료는 없다고 가정하자. 이율은 매년 같고 추가 납입도 없다.
첫해가 지나면 105만 원이다. 받은 이자 5만 원을 꺼내 쓰면 다음 해에도 이자를 계산하는 원금은 100만 원이다. 이렇게 원금에 대해서만 계산하는 방식이 단리다.
이자를 남겨두고 그 돈에도 같은 이율이 적용되면 둘째 해의 계산 기준은 105만 원이 된다. 둘째 해 이자는 5만 2,500원, 잔액은 110만 2,500원이다.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가 시작된다.
| 경과 기간 | 단리: 원금과 누적 이자 | 연 1회 복리: 잔액 |
|---|---|---|
| 1년 | 105만 원 | 약 105만 원 |
| 5년 | 125만 원 | 약 127.6만 원 |
| 10년 | 150만 원 | 약 162.9만 원 |
| 20년 | 200만 원 | 약 265.3만 원 |
| 30년 | 250만 원 | 약 432.2만 원 |
가정: 최초 원금 100만 원, 연 5%, 추가 납입 없음, 세금·비용 없음. 단리 열은 이자를 재투자하지 않은 총액이다. 실제 상품의 수익을 예측한 표가 아니다.

그림: 본문의 가정과 계산으로 작성한 설명용 자료.
처음 5년의 차이는 약 2만 6천 원이다. 30년이 지나면 약 182만 원으로 벌어진다. 차이가 커지는 이유는 뒤쪽 해에 더 큰 잔액을 기준으로 이자가 계산되기 때문이다. 복리 계산에서는 원금, 이율, 기간, 추가 납입액, 복리 주기를 함께 다뤄야 한다. 공식 계산기에도 각각을 입력하는 칸이 따로 있다. Investor.gov 복리 계산기
계산식은 “원금 × (1 + 연 수익률)의 연수 제곱”이다. 지금 외울 필요는 없다. 5%라면 해마다 1.05를 곱한다는 뜻만 이해해도 표를 다시 만들 수 있다.
곧은 곡선이 감추고 있는 것
복리 그래프는 대체로 매끈하게 올라간다. 그런 그림을 오래 보면 실제 투자도 비슷하게 움직일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위 표의 매끈함은 매년 5%라는 가정에서 온다. 시장이 약속한 경로가 아니다.
100만 원이 첫해 20% 올라 120만 원이 되었다가 이듬해 20% 내려가면 96만 원이다. 두 수익률을 더해 둘로 나누면 0%지만 돈은 4% 줄었다. 오를 때의 20%는 100만 원을 기준으로 했고, 내릴 때의 20%는 120만 원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100만 원 ── +20% ──▶ 120만 원
│
−20%
↓
96만 원
같은 비율로 오르고 내려도 계산의 기준 금액은 달라진다.
실제 투자를 복리로 이해한다는 것은 “오래 두면 반드시 오른다”는 뜻이 아니다. 해마다 생기는 손익이 다음 해의 출발 금액을 바꾼다는 뜻이다. 기업이 회복하지 못하거나 투자 대상 자체가 사라지면 시간만으로 손실이 해결되지 않는다. 투자 이익을 계속 재투자한다는 조건도 필요하다. 중간에 인출하면 다음 계산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든다.
예금도 만기가 끝나면 같은 금리로 다시 가입할 수 있다고 보장되지 않는다. 1년 약정 금리를 30년 동안 고정된 수익률처럼 사용하는 순간, 확인한 사실이 가정으로 바뀐다.
1%포인트를 볼 때 원금도 함께 보자
초보 투자자는 종종 수익률 차이에 마음을 빼앗긴다. 4%와 5% 중 무엇을 고를지 며칠을 고민한다. 물론 비용과 금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원금이 100만 원이면 1년 수익의 차이는 단순 계산으로 세전 1만 원이다.
반면 매달 5만 원을 더 남길 수 있다면 1년에 원금 60만 원을 추가할 수 있다. 아직 자산을 쌓는 초기에는 수익률 소수점보다 저축을 이어갈 수 있는 생활 구조가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다. 그렇다고 생활을 무작정 줄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 분리해보자는 것이다.
오랜 기간에는 비용 차이도 누적된다. 해마다 빠져나간 수수료는 그해의 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익이 붙을 금액도 줄인다. 투자 결과를 볼 때는 상품의 겉수익률과 내가 실제로 남긴 수익을 구분해야 한다. 여기에 물가까지 반영하면 돈의 구매력은 또 달라진다. 이 부분은 다음 강의에서 이어진다.
빚의 이자에도 시간이 붙는다
지윤은 예금 계산을 하다가 대출 내역을 다시 열었다. 연 8%의 빚과 연 4%의 예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예금의 이자를 기다리는 동안 대출 비용도 쌓인다.
단순한 비교로 100만 원의 대출 잔액을 1년 내내 줄이지 않으면 이자가 8만 원이다. 같은 100만 원을 4%로 맡기면 세전 이자는 4만 원이다. 대출 원금을 상환했을 때 줄어드는 이자 비용이 어떤 의미인지 보인다. 다만 실제 비교에는 상환 시점, 중도상환수수료, 세금, 손에 남겨둘 생활자금이 들어가야 한다. 모든 빚을 같은 순서로 갚으라는 공식은 여기서 나오지 않는다.
빚에 복리가 적용되는지도 계약마다 다르다. 모든 대출의 이자가 자동으로 원금에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연체나 이자 자본화 조건이 있으면 부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르는 용어가 있으면 약정에서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계산기를 열기 전에
이번에는 관심 있는 예금 하나를 골라 원금, 연 이율, 돈을 넣는 날짜, 찾는 날짜를 써보자. 이후 세금과 비용을 제외한 수령액을 확인한다. 금리를 입력하기 전에, 그 금리가 내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조건인지부터 읽어보는 연습이다.
투자 계획이라면 수익률 한 가지로만 계산하지 말자. 낮은 결과와 중간 결과, 손실이 난 결과를 나란히 놓고도 목표 날짜를 지킬 수 있는지 보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높은 수익률만 입력하면 계산기는 계획을 돕는 대신 희망을 예쁜 숫자로 바꿔준다.
지윤은 처음 받은 이자가 여전히 작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그 돈이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지, 중간에 꺼내야 할 이유는 없는지 함께 본다. 시간이 제 몫을 하려면 먼저 기다릴 수 있는 사정이 마련되어야 한다.